제목 [67호] 무위당학교 지상강좌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공동체'
등록자 황진영 등록일자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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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학교 지상강좌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공동체
 
 
강의. 김형종 연세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정리. 편집위원회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에 걸쳐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같은 해 북미간의 정상회담이 있었고요.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변화입니다. 제가 오늘 드릴 말씀은 한반도 평화 문제를 생각할 때 지역 차원, 동아시아 공동체 차원에서 우리가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북미정상회담으로 알려져 있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사진입니다. 싱가포르가 회담장소가 된 배경에는 비행거리, 회담의 안전성, 보안성 뿐 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남북문제, 북미 간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기존의 한반도 해법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관계는 굉장한 굴곡이 있었습니다. 이런 국제관계를 풀어가는 데 여러 가지 해법들이 있고, 그에 따라 국가적인 정책이나 전략이 다르게 나타나게 됩니다. 먼저, 갈등의 고조시, 한국 정부가 취했던 일방적인 조치들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했던 행위가 최근 사례입니다.
다음에 나타나는 행위의 패턴은 흔히 말하는 동맹관계입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거나 한중 관계를 고려하는 양자적 접근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주안점을 두었던 것이 한미동맹의 차원입니다.
또 다른 차원은 강대국 중심으로 된 다자체제입니다. 예를 들면 6자회담인데, 실질적으로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거나(중국, 러시다, 미국) 핵우산 속에 있는 국가들(한국, 일본)이 북한에게 비핵화를 요구하는 형국이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에 기반을 하거나 강대국이 주도하는 6자 회담의 단점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고, 국제 정세의 변동, 미국 내 정권의 변화, 한국 정권의 변화 등에 따라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 대화채널을 복구하는 데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요 채널로 활용했던 UN(국제연합, United Nations)이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 차이가 있었고, 미국 내에서 그랬지만 일정 정도 국제사회와 공조한다는 취지 속에서 남북문제를 유엔 의제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했습니다. 어느 것 하나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으며, 모두 유용한 외교 채널로 이런 것들을 잘 조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우리가 경험적으로 얻은 방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동아시아 패러독스

동아시아는 국제정치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독특합니다. 경제의 중심이 동아시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경제적 교역 비중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한일 간, 한중 간, 중일 간 경제적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의 협력 교류가 있는 반면에 정치적으로 불신과 경쟁 체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할 때 경제적 관계가 좋아지면 정치적 관계가 좋아지고 상호 연관 속에 발전한다고 생각하는데 동아시아는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적 밀접한 관계와 정치적 경쟁 관계가 서로 매치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것들을 “경쟁과 협력의 어색한 조합”(uneasy blend of competitive and cooperative process)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미국의 역할입니다. 미국이 특정 지역에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에 따라서 그 지역의 협력 여부에 영향을 매우 크게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 굉장히 핵심적인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개별국가와의 동맹이 마치 미국을 중심으로 나머지를 바퀴살로 연결하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필리핀, 미국과 싱가포르, 미국과 인도네시아 이런 식입니다. 동아시아 차원에서 이런 국가끼리 뭉치는 일은 굉장히 적었습니다. 단적인 다른 예로 유럽 같은 경우는 유럽연합이 힘을 합치는 데 미국이 적극적으로 기여를 했습니다.
중심과 주변이라는 힘의 논리로 보면, 힘이 약하니까 당하고 힘이 세니까 누린다고만 이해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경우는 미국과 FTA 협상할 때는 약자의 입장에 서서 강대국의 횡포가 부당하다고 여깁니다. 반면에 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FTA 협상할 때를 보면 강자의 입장에 서서 부당하다고 여겨졌던 부분들을 철저하게 협상으로 이용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동아시아 내에서 한국의 위치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지역 차원으로 보면 힘의 역학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동아시아인가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세계가 국가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생각 못하고 활용하지 못한 부분이 바로 지역에 대한 개념입니다. 제가 쓰는 동아시아의 의미는 기본적으로 그런 유연성을 전제로 하되, 동남아를 포함하는 동북아, “동북아+동남아”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국제정치 현장에서 중요한 행위를 하는 단위로 지역을 이야기한다면, EU(유럽연합, European Union)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어느 지역을 보더라도 지역의 협력을 도모하고, 지혜를 모으는 지역협력체들이 다 있습니다. 아프리카, 걸프 지역,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미, 북미에 다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에는 10개국이 있습니다. 10개 나라 정상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이 회의체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이하 “아세안”)이라고 합니다. 요즘에는 아세안이라고 많이 씁니다. 아세안 공동체라는 말은 1967년에 생겼습니다. 새로운 시장으로 여겨지고, 성장 동력이 높아지면서 2015년부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아세안 국가들은 매년 모여서 일 년에 두 차례씩 정상회담을 가집니다. 4월에 할 때는 아세안 국가들끼리 하고 11월에는 다른 국가들이 같이 합니다. 예를 들면 오늘 아침에는 동남아시아 10개 국가들이 회의를 합니다. 그 다음날 10개 나라가 회의를 마치고 3개 나라가 더 붙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입니다. 그걸 ASEAN+3라고 부릅니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가입이 지연되고 있는 동티모르를 제외하고 이들 아세안 국가 10개국들은 그동안에 이룩한 지역연대와 평화, 안정, 경제통합을 위한 제도적인 통합들, 우리는 함께 한다는 선언들을 통해 아세안 공동체를 출범시킵니다. 아세안은 어떤 지역 공동체를 꿈꾼다고 선언입니다. 기회가 있으면 읽어보기 바랍니다.
 
아세안 지역협력의 심화와 확대
 
Caring & Sharing Society, One Community, One Identity
아세안 공동체는 서로 보살펴주고 돕는 지역사회, 국제사회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정치안보공동체, 경제공동체, 사회문화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설계도 촘촘하게 되어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세안이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중일이 같이 들어가게 되는 계기는 1997년 IMF입니다. 그때를 우리가 IMF라고 부르는 이유는 IMF(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의 가혹한 조건들 때문이었습니다. 긴축 재정, 인위적인 구조 조정, 고통을 감내하길 원하는 정책들을 취하게 됩니다. 당시 IMF 위기는 태국에서 시작해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로 번지고 한국에까지 위기가 오게 됩니다. 금융위기, 외환위기를 겪는 국가들이 경제위기가 겪으면서 그 여파로 직접적으로 외환위기를 맞지 않았던 주변국들도 경제적 위기를 덩달아 맞이하게 됩니다. 간단하게 설명을 보태면 이렇습니다. 일본이 불황기 때, 무이자 상태에 가까웠던 일본의 돈들이 동남아시아 부동산 시장에 유입이 되면서 부동산 버블이 생기고 버블이 꺼지니까 외환위기가 촉발되고, 일본 자금들이 급속하게 한꺼번에 빠져나면서 외환위기가 가속화됩니다. 일본 정부가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자금이 동남아 자금의 위기에 큰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그 당시에 뼈저리게 깨닫게 된 것이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엮여있다는 것입니다. 
한중일 3개국들도 같이 모여서 회의를 하게 됩니다. 당시 한국은 김대중 정부였습니다. 지역 차원에서 협력할 것이 많이 필요하며, 위기가 올 경우에는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를 합니다. 13개 나라 대표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구상을 했습니다. 그 중 첫 번째가 아세안+3라는 이름을 바꾸자고 합니다. 원래 계획은 때가 무르익으면 동아시아 정상회의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는데, 중국과 말레이시아가 급하게 추진을 합니다. 그 결과 당시 중국이 부상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갖고 있던 미국과 일본 등이 반대를 해서 결국 저항에 부딪힙니다. 중국을 견제할 수 있으면서 미국과 친한 다른 국가들, 인도 호주 뉴질랜드가 회의체에 들어옵니다.
여기서 의장국을 누가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됩니다. 의장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의제를 설정하고. 회의를 하다가 다투거나 합의가 안 되면 중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의장의 이름으로 회의 결과를 토대로 성명서로 내게 되며, 작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의장국은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호주, 뉴질랜드는 할 수 없습니다. 아세안 국가만이 할 수 있고, 회의 개최 장소도 아세안 국가에서만 가능합니다. 2017년에는 필리핀이었고, 2018년은 싱가포르가 의장국입니다. 동북아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정치적 문제로 인해서 지역단위로 생각하는 걸 어려웠는데 그것의 기반과 장소를 제공하고, 회의를 할 때 중재자 역할을 하게 된 것이 아세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놀라운 것은 1997년에 당시 말레이시아에서 한중일 포함한 동남아 12개 나라가 모였는데, 그때 한중일 정상회담이 처음 열렸습니다. 동남아가 불러서 참석하게 되면서 처음 그렇게 만나게 된 것입니다.
97년 이후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정례화되어 있습니다. 아세안 이름으로 정무관 회의가 일 년에 1천 번이 넘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처, 심지어 국방 장관들도 회의합니다. 아세안+3에서도 경제장관 회담, 환경부 장관 회담도, 심지어 국방부 장관회의도 합니다. 원래 아세안에서 하던 것들이 아세안+3로 확장되고 ESA로 확장됩니다. 확대 국방장관 회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세안+3, 아세안+N으로 확장됩니다.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
 
아세안과 제3세계는 남북한 냉전시기를 돌아봤을 때, 주변국들이 좀 더 우리 편으로 만들고자 하는 외교의 각축장이었습니다. 당시가 83년입니다. “동남아 순방을 바로 마치고 온”이라는 희회화된 표현이 생긴 때입니다. 전두환 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에 국제적 인정이 필요했습니다. 미국을 방문하고 두 번째로 동남아 국가를 갑니다. 이들 국가들이 아세안이라는 그룹으로 있었고, 그룹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합 이상의 효과가 나는 것입니다. 아세안의 파트너는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이었습니다. 전두환 정권도 파트너가 되어달라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5개국을 돕니다. 5개국을 돌 때도 굉장히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전두환의 동남아 순회와 관련된 문서가 7만장 페이지가 됩니다. 그 당시에 엄청난 인력들을 파견을 하고 외교적 총력전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결국은 안 된거죠. 30년이 지나면 비밀이 해제가 된 외교부 비공개 문서를 볼 수 있는데, 거기에 이런 문건이 있습니다. “아세안으로부터 받게 된 푸대접 사례”입니다. 전두환 정권이 아세안에게 전한 입장이 북한 기 좀 누르고 우리도 인정을 받자였는데, 그렇게 안 해 준 겁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들이 상대하는 국가는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이런 나라들이었던 거예요. 한국이 그리 대단하지 않았던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이 접근하는 의도가 너무나 정치적이었다는 겁니다. 북한을 견제하고 북한을 비난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에 굉장한 부담감을 느꼈던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대화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회의를 어떤 운영방식과 어떤 원칙을 갖고 하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무지했던 겁니다. 이건 역사적인 에피스도가 아니라 지난 정권까지도 상당 부분 이어져왔습니다. 아세안에 대한 이해의 부족, 그게 지식의 문제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대북문제에만 집중되어 있었다는 것, 우리가 상대를 만날 때 상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우리 이익을 위해서 북한을 비난해 달라는 것에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아세안 관계
 
지금까지도 아세안이 가지고 있는 역할은 중립적입니다. 동남아 국가들은 유일하게 한국과 북한을 동시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사를 열고 있는 20여개 국가 중에서 4~5개가 동남아 국가입니다. 반대로 북한에서 해외 공관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 중에서 상당히 비중 있게 해놓은 것이 동남아시아 국가입니다.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고요.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도 비동맹 운동을 주도했기 때문에 북한과 상당히 관계가 좋습니다. 심지어는 최근에는 전 대통령 딸이 운영하는 재단에서 김정은에게 평화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대학에서는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위기가 고조되고 북한이 국제 재제를 받는 그런 상황에서조차도 그렇습니다.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는 비즈니스적으로 이해관계가 굉장히 얽혀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략과 방침은 등거리외교, 중립입니다. 갈등이나 분쟁이 있을 때 중재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동아시아 공동체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지리적인 개념도 이제 많이 바뀌었습니다. 동남아시아라는 개념이 처음 쓰인 게 2차 세계대전 정도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역이 의미하는 바는 영원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역의 개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극동이라는 말을 예전에는 많이 썼습니다. 한 때 아시아태평양을 ‘아태’라고 유행처럼 쓰지 않았습니까. 지역도 뜨고 지고 하는 게 있다는 겁니다. 동아시아라는 것도 지금 뜨고 있다는 겁니다. 그 개념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경제적으로 굉장히 많이 밀접해 있다. 베트남이 굉장히 중요해진 것 아시죠. 경제적으로 아까 이야기 했지만, 미국의 교역량 보다 우리가 동남아와 교역하는 게 훨씬 더 많습니다. 중국과 하는게 훨씬 더 많고요. 지역질서에서 대북관계도 있지만 경제위기를 같이 겪으면서 그러한 협력의 틀이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가 있겠고요. 특히 동아시아라고 하는 것이 역사적을 봤을 때는 냉전의 상징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베트남, 라오스, 그리고 남북한의 분단. 냉전해체 이후에 한반도에서는 냉전적 상황이 남아있었고, 다른 한편에서 동남아에서는 지역적 차원의 의미가 굉장히 많이 확대되었다 볼 수 있겠습니다.
이미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실무적 차원에서 굉장히 깊숙이 연관되어 있는데 그것에 대한 지붕을 잘 씌우지 못해왔다고 봅니다. 김대중 정부 이후에 노무현 정부에서 큰 맥락에서 대부분의 외교정책을 계승을 했지만 동아시아 그림에서는 동북아로 축소를 시킵니다. 그때 많이 들으셨던 것이 “동북아허브론”이었을 겁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경색이 되면서 동북아의 안보 이슈가 중요해진 것도 있습니다. 이명박 때는 “신아시아”라고 이야기했는데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 박근혜 정권 때 외교정책은 실용외교, 실리외교, 세일즈 외교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그건 외교철학이 없는 겁니다. “나는 너한테 물건 팔아먹겠어.”, “나는 내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어.”가 됩니다. 우리는 공공연하게 우리 외교정책의 지향이 실리외교, 실용외교라고 얘기를 했던 겁니다. 국가 이익을 당연히 돌보는 건 맞는 거지만 외교정책으로 내세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 이상의 외교적 비전이라던가, 국가의 장기적 역할 등에 대한 고민과 비전이 잘 담아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했던 이야기는 두만강개발사업이라던가, 한중일 3자 협력사무소(TCS, 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입니다. 3국 협의체가 이름입니다. 한중일이라는 말도 못씁니다. 어느 국가를 먼저 넣을지가 합의가 안된 것입니다. 동북아라는 말도 못쓰고, 한중일도 못쓰는 그런 상황입니다. 동북아경제협력인데, 얼마나 국제관계에서 협력해왔는가, 공동체적 관점을 나눠왔는가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협력의 틀이나 논의 수준이 낮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ASEAN+’ 를 통한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

한국은 민주주의 굉장히 발전되어 있지요. 촛불 혁명의 결과라고 하는 것은 동남아권에서는 굉장히 큰 자산입니다. 최근 4~5년간 봤을 때 동남아시아가 민주주의가 발전하다가 최근 후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면 말레이시아에서 올해 5월에 선거를 해서 독립 이후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가 일어났습니다. 예외적인 상황이고요, 나머지 국가들은 그동안 쌓아왔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으로 굉장히 염려스럽습니다. 그런 걸 이야기할 수 있는 국가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굉장히 조심스럽고 민감하지만 이런 가치를 담아낼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 차원의 평화라는 문제인데. 북한과 아세안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냉전이 해체 되면서 북한이 다른 나라와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신청이 많아집니다. 2019년에는 한국과 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입니다. 25주년 대는 부산에서 큰 행사가 있었습니다.
 
평화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북한도 아세안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높다고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아까도 이야기했던 대화상대국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보통 아세안+1이라고 부릅니다. ‘+1’은 숫자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아세안 입장에서 보면 많습니다. 아세안+중국, 아세안+미국, 아세안+일본, 아세안+호주, 아세안+캐나다, 아세안+EU, 아세안+한국, 아세안+인도 이런 매커니즘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아세안+3가 있고, 아세안+6가 생기게 됩니다. 아세안이 중심이 되어 손님을 초대하는 그런 형국입니다.
아세안+1이라는 것은 아세안이 가지고 발전시켰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매커니즘입니다. 제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같이 모여서도 회의를 하지만 따로 모여서도 하게 됩니다. 다자회의도, 양자회의도 비공식적 하게 됩니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과 북한이 관여되어있는 대화채널은 주로 미국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양자회담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핵심적이고 중요하지만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습니다. 또 문제가 생겼을 때 남북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장소가 있다고 한다면 서로가 싸우고 설령 마음이 안 맞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자존심 굽히고 먼저 회의 하자고 하지 않더라도 회의체에 가서 만나면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다른 것들은 왜 그런 것이 작동하지 않느냐하면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북한이 같이 아세안 상황을 고려해서 같이 만나서 회의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대화채널을 갖는 것은 한반도 논의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남북한 직통 거래이고, 직접 상대국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겪었던 여러 가지 변수와 상황을 봤을 때 남북한 문제에 있어서 정직한 중재자, 조력자를 같이 둔다는 것은 전혀 해로울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여태까지 해보지 않은 경험입니다. 강대국을 둘러싸여 강대국에 논리에 끼워서 어떻게 해결해보려는 것이 아닌, 힘의 논리, 이익이 아닌,  관계의 문제를 다룰 것인가 하는 규범의 문제로 새로운 장이 마련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아세안+2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세안+2가 되면 북한이 국제사회의 편입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남북한, 남북미 관계개선이 필요한데, 한반도 평화라든가, 비핵화라든가, 그렇게 되면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되는 것이고, 국제사회의 편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그런 것들은 별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부작용을 줄이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국제사회의 틀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도 원하고 서로의 신뢰관계가 있는 아세안 중심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아세안+N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 동아시아 협력체에서 북한이 같이 가입하는 형태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여름에 한국에 있는 동남아시아 대사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습니다. 거기서 나온 이야기가 북한을 당장 동아시아 정상회담에 정식 멤버는 아닐지라도 같이 부르자는 것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은 북미관계,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결사적으로 그걸 반대하고 북한을 비난하는 관계에서는 아세안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안정적으로 가속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아세안이 원하는 그런 역할을 지금은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동아시아 비핵지대화는 가능한가
 
1991년에 남북한 동시 UN가입과 더불어서 남북한기본문제합의서, 한반도 비핵화지대[非核化地帶]를 서약하게 됩니다. 비핵화지대는 무기를 배치하지 않은 지대를 의미합니다. 북한과 미국이 협상을 하면서, 북한을 비핵화시키고 NPT(핵확산 방지 조약, Nonproliferation Treaty)체제로 다시 불러들여서 국제 제재를 통해서 그걸 감시하겠다는 것이 우리 구상이지 않습니까. 6자 회담도 그것과 다르지 않은 맥락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핵을 보유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굉장히 큽니다. 핵무기를 포기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핵무기를 가진 국가들이 핵무기를 쓰지 않겠다고 확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역 차원에서 같이 하는 겁니다. 나만 그만 두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그만두라는 게 아니라 여럿이 같이 그만두자고 하는 것입니다. 지역차원에서 그것이 가능하게 된다면 훨씬 더 실행가능성과 실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것으로 깨지지 않는 구속력이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남미의 사례가 그렇습니다.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비핵화지대를 서명한 국가들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남태평양과 아세안,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도 선언했습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동아시아입니다. 아세안이 1995년에 비핵화지대 선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과제는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아세안 국가들에 대해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안 해 줬다는 겁니다. 국가와 안보 갈등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 영토 내에서 핵무기를 제조하기 않고 보관하지 않고, 운반하지 않고, 정박하지 않겠다는 선언인데, 여기에 영토라는 말이 나옵니다. 영토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남중국해 문제가 나왔습니다. 미국이 아직 서명을 안 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입장에서 보면 1995년에 굉장히 획기적으로 선언을 했는데 궁극적인 완성이 아직 안된 상황입니다. 미완의 상황입니다. 나는 안 쓰겠다고 했는데 상대는 아직 쓸 수 있다는 스탠스를 아직 취하고 있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이 진행이 안 되고 거기서 신뢰가 깨지고 관계가 악화되는 식으로 왔습니다. 그건 둘 간의 관계에만 맡겨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역차원으로 확대한다면 어떤 가능성이 열릴까요. 아세안 차원을 동아시아로 확대할 경우, 아시아와 더불어서 핵보유국들이 동아시아 차원의 비핵화지대에 대해서 그들 국가에 대해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받아내기가 훨씬 협상력이 커진다는 겁니다. 북한이 미국에게 우리에게 핵무기 사용하지 말라고 혼자 요구하는 것보다 아세안이 같이 요구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에 같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몽골입니다. 궁극적으로 일본의 잠재적 핵무장 가능성도 견제할 수 있고, 북한의 비핵화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핵무기 불사용의 원칙을 거부할 명분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동아시아 차원의 문제는 물론 핵심 전제는 남북한, 북미간의 문제가 핵심적인 연결고리이고 그것을 푸는 것이지만, 그 단계를 넘어섰을 때 항구적으로 발전시키고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문제, 북미간의 문제, 양자 간의 문제로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역 차원의 고민이 같이 있어야 더욱 강한 구성력을 가질 수 있고, 더 나아가 공동체라는 꿈을 그렸던 90년대 초중반의 문제의식의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굉장히 큰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완성한 다음에 다른 지역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만드는 과정에서도 동아시아적 맥락을 활용할 수 있고 그럴 때에 동아시아에 새로운 질서가 열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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