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73호] 무위당학교 지상강좌_도시는 순환과 재생이 답이다
등록자 관리자 등록일자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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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순환과 재생이 답이다
 
 
강의. 신상범 연세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리빙랩연구센터장
정리. 고승민 편집위원
 
 
 
 기후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구 온난화입니다. 우리가 발생시키는 온실가스가 지구에 막을 형성해서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서 지구가 점점 더워지는 현상입니다.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각종 기후위기를 유발한다는 게 정설이 돼서 기후변화를 지구 온난화와 같은 것으로 취급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과학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유엔이 관리대상물질로 지정한 온실가스 여섯 개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산화탄소에 대한 것입니다.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를 태워야 발생하는 인위적인 온실기체입니다.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인도 등에 이어 절대량으로 보면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위로 많습니다. 인구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탄소의존형 경제 국가입니다.
각 국가들이 탄소를 줄이지 않고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이유를 학자들은 ‘공유 지의 비극’으로 설명합니다. 한마디로 ‘집합행동의 딜레마’입니다. 개인의 잘못이 아닌 상황자체가 딜레마에 놓여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넓은 목초지에서 사람들이 양을 한 마리씩만 키우면 풀을 충분히 뜯어먹을 수 있고 풀이 새로 자랄 조건이 되는데 이익을 낼 생각으로 사람들이 한 마리라도 더 키우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한 마리를 늘리는 순간 모든 사람이 다 양의 수를 늘리고 싶어 합니다. 전체 풀의 양은 줄어들게 되고 결국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늘리지 말아야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안 늘리는데 상대방이 늘리면 나만 손해를 보게 되니, 늘리게 되고 반대로 상대방은 “나는 지킬 자신이 있는데 쟤가 안 지키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늘리게 됩니다. 결국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문제 때문에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되니 비극이고, 비극을 예상하면서도 서로 약속을 못 지키게 되니 비극입니다.
 
 학자들은 세 가지의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정부가 나서는 겁니다. 정부에서 한 마리씩만 키워야하고 이 규칙을 어기면 공동체가 파괴되니 누구든 처벌하겠다는 법을 만들면 됩니다. 두 번째는 시장이라는 해결책입니다. 공동 목초지에 열 명의 양을 키우는 사람이 있다면 땅을 열 등분으로 나눕니다. 각자의 땅에선 양을 한 마리 키우든, 두 마리 키우든 알아서 하게 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것도 해결책이 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땅을 나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공기를 나눌 수가 없습니다. 생태계는 다 같이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세 번째로 적절한 제도를 생각하여 국제기구나 국제조약을 통해서 약속을 해보자는 해결책을 냈습니다.
 
국제사회가 시도한 기후변화협약
 
 처음 시도한 것이 교토의정서라는 겁니다. 1997년 12월에 합의를 했는데, 원래 92년에 유엔에서 처음으로 기후변화를 다루는 협약이 마련되었고, 제 1차 당사국 총회를 베를린에서 했는데 95년에 거기서부터 싸우기 시작한 겁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문제로 서로 다투다 97년 12월 31일까지 무조건 합의하는 것으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97년에 제 3차 당사국총회가 교토에서 열렸습니다. 가까스로 합의를 보아 교토의정서라는 게 나왔는데 그 핵심은 산업혁명이 시작한 이래 온실가스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을 것이고 그 배출의 대부분은 선진국들이 했으니 선진국들이 먼저 줄이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40개 정도 되는 나라가 줄이기로 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동구권 국가들 같이 산업화는 먼저 시작했지만 경제적으로 소득수준은 높지 않은 나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사는 나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감축 의무를 받지 않은 나라 중에 좀 잘사는 나라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잘사는 나라인데 산업화를 늦게 했습니다. 역사적인 배출에는 책임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기에 감축 대상국에서 제외됐습니다. 중국 역시 산업화를 늦게 했음으로 제외되었고 그밖에 모든 개발도상국들은 의무 감축에서 제외됐습니다.
처음 공약기간을 2008년부터 2012년으로 잡아 5년간 평균 5.2%를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이중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유럽 국가들은 7~8%를 하겠다고 나서기도 했고 어떤 나라들은 여유가 안 되니 4~5%를 감축하겠다고 해서 균형을 맞춘 것이 5.2% 입니다. 즉, 평균 5.2% 감축하기로 합의한 게 교토의정서입니다.
역사적으로 의정서는 국제법상으로 법적효력이 있는 구속력 있는 협약입니다. 기후변화 관련 최초의 사례가 바로 교토의정서입니다. 지금까지는 이것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잘 안됐습니다. 체결 직후 미국이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이유는 당시 2008년까지는 미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위였지만 이후 중국이 역전을 시킵니다. 미국 입장에선 당시 세계 2위였던 중국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는데 왜 우리만 줄여야 하냐는 것입니다. 결국 교토의정서에서 나갔습니다.
교토의정서는 전 세계 배출량의 55%를 넘어서면 발효가 되는데, 2005년에 러시아가 들어오면서 갑자기 발효가 됐습니다. 2008년부터 첫 의무 감축을 하기로 했는데 2005년에 발효가 되니까 발등에 불이 떨어 진겁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1차 감축기간이 끝나면 그 이후부터는 어떻게 할 것이냐를 가지고 2005년부터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2009년 12월 31일까지 합의를 보기로 했는데 결국 실패했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반대했고, 중국은 당장 감축은 어렵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정점에 오를 때부터 줄이기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12년까지의 1차 공약기간을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2005년부터 시작된 2013년 이후에 대한 논쟁은 2015년이 돼서야 프랑스 파리에서 협약을 맺으며 종결되었습니다. 파리협약의 당사국들이나 국제기구들은 협약 자체를 자랑스러워하는데 사실 파리협약은 교토의정서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파리협약은 교토의정서에 있던 의무감축이 사라졌고 각 국이 스스로 5년 동안의 감축계획을 제출하도록 약속하였습니다. 그게 유일한 의무사항입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아니다 보니 안 지키면 그만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좋은 내용들도 있지만 교토의정서에서 훨씬 후퇴한 조약입니다.
그런데 이것마저 미국은 안하기로 하였습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며 탈퇴를 선언했고 중국은 GDP 대비 이산화탄소 양을 줄이겠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절대량이 아닌 GDP 1달러를 버는데 사용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여서 에너지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이야기인데 이미 달성한 목표입니다.
 
 
 
이 표는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약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 놓은 겁니다. 우선 첫째로 감축 대상 국가가 교토의정서는 40국 밖에 안 됐는데 파리협약은 이백 개가 넘는 모든 당사국이 협정에 서명을 했고 합의를 했으니 더 좋은 조약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토의정서의 40개 국가는 의무감축에 합의한 것이고, 파리협의 200개 국가는 의무감축이 아닌 각자 자기 목표를 세워서 알아서 해보자는 내용에 합의한 것입니다. 국가가 많이 참여했다고 좋은 것이 전혀 아닙니다.
교토의정서에 주요 내용은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파리협약의 내용은 감축 및 적응, 그리고 그것을 위한 재원과 기술이전 등의 구체적인 이행수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감축을 하느냐 마느냐입니다.
다음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인데 파리협약은 온도 목표에 합의했습니다.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씨 이하로 상승폭을 제한하고 1.5도씨를 추구한다고 했는데 저 목표에 합의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교토의정서는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약속한 건데 실패했습니다. 그런 약속도 없이 온도목표를 설정하였으니 별 의미가 없습니다. 다음 내용은 징벌규정이 없다는 차이, 가장 중요한 것은 의무감축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교토의정서는 지속성에 대한 시기로 세 개를 설정했는데 파리협약은 종료 시점 없이 주기적으로 이행사항을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후퇴를 한 겁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에 사망신고서나 마찬가지입니다. 국가 간에 기후변화를 막는 합의에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재생에너지는 대세가 될 수 있는가
 
 
위의 도표는 우리나라의 제 9차 전력수급계획 초안입니다. 2030년에 석탄비중을 40.4%에서 31.4%로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5.2%에서 20.2%로 늘리는 계획이 나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라는 말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쓰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합친 말입니다. 두 개는 전혀 다릅니다. 신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변환해서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로 만듭니다. 예를 들면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 수소에너지 이런 겁니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 가능한 풍력, 태양광, 바이오메스, 지력, 해양, 폐기물 이런 겁니다. 이 두 개는 완전히 구분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만 합쳐서 부르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좀 높아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기 5.2% 중 신에너지를 빼면 4%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재생에너지의 OECD평균은 25.6%입니다.(2019년 기준) 아시아 재생에너지 비율이 21.2%, 중국이 26%입니다.(2018년 기준) 전 세계 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는 1,100만 명이 가지고 있는데 이중 중국이 4백만 명을 차지합니다. 중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굉장히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들과 비교 해봐도 지나치게 낮습니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스웨덴 같은 나라는 석탄화력발전소 제로를 달성했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증가하면 전기료가 비싸질까요? 당장은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싸집니다. 초기 설치 비용문제 때문인데 이것이 전체적으로 시스템이 보급되고 확대된다면 비용발생요인이 줄어들게 되어 싸지게 됩니다. 재생에너지로 바꾸려는 이유는 전기를 절약하는 게 목적입니다. 재생에너지로 바꿨으니 전기를 무조건 쓰자는 게 아닙니다. 전기 값이 오르면 사용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로 쓰고 있는데 어떻게 더 줄일 수 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가보시면 우리보다 훨씬 더 전기를 안 쓰며 살고 있습니다.
모든 핵심은 에너지 전환에 있습니다. 즉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을 하는 것입니다. 중앙 집중식 에너지 시스템에서 분산형 발전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기의 발전, 수송, 판매를 전부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발전을 할 수는 있는데 생산한 전기는 반드시 한전에다 팔아야 합니다. 한전만이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집중화된 전력 공급 시스템을 분산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 수요중심에서 공급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전력수요가 있다하여 무조건 전력을 늘려주는 게 아니고 공급자 상황에 맞게 조절하자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전기를 훨씬 아낄 수 있습니다. 과다생산, 과다소비를 절약 및 효율성 재고 시스템으로 전환하자는 게 에너지 전환입니다. 이건 지역사회에서 해야 될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가 결정해줘야 할 문제입니다.
탄소국경세라는 게 있습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나라에서 생산된 상품을 유럽시장에 수출할 때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수요만이 증가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재생에너지는 세계적인 대세가 되었기에 우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이런 걸 누가 정했습니까? 왜 이런 대세를 만들었고 여기에 꼭 따라가야 하냐 우리는 아직 화석연료를 쓰고 싶다” 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 기후환경회의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미세먼지 문제 뿐 아니라 기후변화도 함께 논의하기 위한 회의인데 여기서 국민 참여단 오백 명에게 “미세먼지 발생요인인 스물두 개 석탄발전소를 최대한 줄이고 그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을 수용하겠냐” 고 했더니 93%의 찬성률을 보였답니다. 미국은 2019년에 전력생산 중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석탄 화력발전소를 앞섰습니다. 미국은 전력공급이 분권화된 나라이기 때문에 개인이 전력을 만들어서 팔거나 저장을 해도 됩니다.
이것은 재생에너지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대세고 우리나라도 여기에 빨리 따라가야 하는데 아직까지 못 따라 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방정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각 도시들은 기후변화에 있어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왔습니다. 기후변화 정책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완화정책, 또 하나는 적응정책입니다. 완화정책은 지금까지 말씀드린 전부입니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찾아내서 제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게 완화정책입니다.
반면 적응정책은 원인이 뭐든 간에 기후변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에 대응해서 적절하게 대응전략을 맞추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옛날에는 나만 바나나를 생산했는데 이제 보니 다른 사람도 바나나를 생산한다고 하면 나는 거기에 맞춰서 대응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대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대응전략입니다. 대응전략은 국가 전체 보다는 각 도시별로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탄소를 줄이는 도시별 정책을 보면 자동차를 대체하여 공공자전거 같은 정책이 도입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건 실패를 거듭한 국가 간의 협력보다 나은 것입니다.
 
순환경제가 답이다
 
주권국가들의 협력은 실패했습니다. 에너지전환은 중앙정부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 입니다. 각 국의 지방정부들은 적응정책을 통해 에너지전환을 완료하고 순환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순환경제는 자원을 계속 순환시킨다는 말입니다. 순환경제의 반대말은 선형경제인데 자원을 채취해서 사용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버리는 것입니다. 순환경제는 버리는 대신 그 자원을 무한정 반복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손실과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순환을 하는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분해되지 않는 폐기물을 줄여 환경을 깨끗이 만들자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과정에서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 것입니다. 비용을 지출하면서 순환경제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순환경제체제를 통해 경제적 가치와 기회가 창출되는 것이 바람직한 순환경제의 목적입니다. 폐기물을 줄였는데 어떻게 돈을 벌수 있느냐 물을 수 있는데 현재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순환경제체제를 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아직 선형경제체제에 머물러 있습니다.
순환경제가 필요한 이유는 자원고갈과 폐기물 때문입니다. 자원은 고갈 될 것이고 폐기물은 증가할 것입니다. 2018년에 중국이 폐기물 수입 중단선언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난리가 난 나라들이 우리나라와 일본 같은 나라입니다. 우리는 폐기물들을 많이 팔았습니다. 중국은 이걸 사서 가공을 하고 했는데 이제 환경을 생각해서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니 우리가 버린 폐기물들이 갈 곳을 잃었습니다. 이 때문에 2018년부터 폐기물 소각장 및 매립장 같은 것들이 신문에 많이 나왔습니다.
그 다음에 자원불균형과 전쟁입니다. 우리나라와 유럽은 자원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기에 유럽에서 먼저 순환경제를 시작하였습니다. 유럽에서는 연합차원에서 순환경제시스템 관련법을 만들고 각 국가 차원에서 법을 만들고 다시 각 도시 별로 법을 만드는 삼중구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순환경제시스템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에 살고 이들이 75%의 자원을 소비합니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민이 될 것으로 예측되며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자원을 소비하면 지금보다 세 배 이상의 자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순환경제를 실천하는 전략은 감축, 재사용,재활용,회수입니다. 모두 알파벳 R자가 붙어 이를 4R로 부르기도 합니다. 감축은 줄이는 것(Reduse)이고, 재사용은 말 그대로 Reuse하는 겁니다. 소주병을 씻어서 재사용하는 것이고, 패트병을 연료로 쪼개서 다른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 재활용(Recycle) 하는 것입니다. 회수(retrie)는 소각을 하는 건데 이것보다는 앞에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감축,재사용,재활용은 순환경제의 실천전략입니다.
 
과다포장, 일회용 컵 등은 폐기물을 증가시킵니다. 전국에 235개의 쓰레기 산이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일회용품 사용은 더욱 급증했습니다. ‘Earth Overshoot Day’라는 지구용량 초과의 날이라는 걸 계산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지구를 쓰면 전 세계는 2019년 7월 29일 날 자원고갈의 운명을 맞게 된다는 것인데, 이건 지구 평균이고 우리나라에 도입해보면 우리는 4월 9일입니다. 미래 세대가 써야할 자원을 미리 가져다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되면 미래 세대는 쓸 자원이 없어집니다.
사람에겐 물질대사가 있습니다. 사람이 먹고 소화시키고 배출하는 과정인데, 이것처럼 도시도 에너지를 가져와서 쓰고 배출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걸 분석해야합니다. 저와 동료교수들이 원주시를 대상으로 도시의 물질대사를 분석할 예정입니다. 원주에는 어떤 자원이 한해의 얼마만큼이 쓰이고 있고 어느 업종에 쓰이고 어느 정도의 폐기물이 나오는지 조사하는 겁니다. 그래야만 폐기물이 제일 많이 나오는 업종을 찾을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 이걸 가장 먼저 했는데, 이 작업을 일 년간 했습니다. 암스테름담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 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옵니다. 암스테르담 뿐 아니라 어느 도시를 가도 다 그렇습니다.
지금 건축 폐기물은 우리나라 통계에는 안 나옵니다. 우리만 건축폐기물이 없을 수가 없는데 어째서 나오지 않을까요? 이유는 우리나라에선 5톤 이하는 생활폐기물로 분류가 됩니다. 봉지 등에 배출된 건축폐기물을 도로 시설 밑에다가 묻어버립니다. 버리는 것과 똑같지만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겁니다.
건축을 모듈식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듈식으로하면 자재를 다시 쓸 수 있습니다. 모든 벽돌에 주민등록증 같은 걸 만들어서 어디서 생산되었고 어느 건물 몇 층에 쓰였는지 등을 기록해놓으면 재활용을 해서 재활용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합니다. 이런 순환경제를 원주에서도 해야 합니다. 순환경제를 유럽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했나 조사해보니 그 방식이 바로 리빙랩이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자_리빙랩 활동
 
리빙랩은 살아있는 실험실이라는 뜻으로 지역문제를 지역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2006년에 연세대대학교 원주캠퍼스에 왔는데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매지리에 도로가 부실하면 다음 중 누가 빨리 도로를 개설해줄까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매지리 이장, 원주시장, 강원도지사, 국회의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가장 많은 학생들이 대통령이 해주는 것이 가장 빠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는 중앙집권화 된 국가주도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똑같은 질문을 해보면 학생들의 얘기는 정반대로 답합니다. 대통령이 그걸 무슨 권한으로 해주냐고 말이죠. 이렇듯 젊은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제 세대는 대통령이 순찰하다가 여기 왜이래? 하면 갑자기 도로가 생겼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사용하는 사람 중심으로 혁신을 하는 겁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공급자는 새 것을 판매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를 시켜줍니다. 이건 사용자가 주도하는 혁신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주도하는 혁신은 지역의 주민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지역의 대학이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제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정이 필요하니 정부나 기업에서 스폰서를 받고 무위당학교 같은 중간조직들이 리빙랩 활동을 조직화해주는 역할을 하여 참여자들을 모아야합니다.
유럽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하나의 사회적 흐름이 된 지금은 정부에 문제해결을 요청하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문제를 발굴해서 해결을 하자는 것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의 사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리빙랩 활동은 유럽과는 정반대입니다. 아래로부터 시작하는 유럽과는 달리 우리는 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정부가 리빙랩 사업 공모를 받고 선정을 하여 지원을 해주는 방식입니다.
리빙랩을 통해 문제해결을 스스로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정부에 의존할 경우 수동적일 수밖에 없고 제약요인이 많게 됩니다. 연세대학교 리빙랩연구센터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는데 그 홈페이지에는 시민들이 제안을 하실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동네 하수구에 냄새가 나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하느냐 문제제기를 하는 겁니다. 기존의 방식은 시청에다가 민원을 넣는 겁니다. 이 방식은 해줄 수도 있고 안 해줄 수도 있습니다. 리빙랩은 그냥 우리가 하면 됩니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라는 세계적인 친환경도시가 있습니다. 이 도시가 친환경적인 도시로 성장하게 된 배경은 핵발전소 건립 반대운동부터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시장이 4년 임기를 다섯 번을 했습니다. 만일 시장이 중간에 바뀌었으면 이전 시장이 벌여놓은 일을 중단하였을 것이니 세계적인 친환경도시가 되긴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이렇듯 시가 주도하는 것은 취약합니다. 시장이 무언가 야심차게 추진했는데 낙선하면 다 백지화되는 것입니다. 주민 주도는 그럴 염려가 없습니다. 리빙랩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점점 더 많은 정치권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정과 실행을 우리가 하는 덕분입니다. 우리끼리 합의만 있으면 되는 겁니다. 이런 것을 직접민주주의라 하는데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이번 정권 들어와서 공론화 위원회도 해봤는데 잘 안됩니다. 다른 것들은 잘 안되고 이 방식이 유일하게 진정한 자치로 이르는 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1980년대 덴마크의 한 장애인을 위한 의료기기 제작회사에서 장애인 학생들을 찾아갔습니다. 이왕 휠체어를 만드는데 휠체어를 탈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로 한 것입니다. 사용자주도의 아이디어입니다. 학생들은 조이스틱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 의자에 타서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휠체어에 조이스틱을 달면 간단히 운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힌트를 얻게 되어 저렇게 만들게 되었답니다. 사용자 주도의 생각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리빙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놀이터입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할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플랫폼입니다. 요즘 제일 재밌게 보고 있는 플랫폼은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입니다. 이 플랫폼에서는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가 모두 올라와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온 실패한 사례를 참고하면 실수를 안 할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의 행안부 사업은 성공한 사례도 없습니다. 대회에서 누가 수상했고 어떤 활동을 했다가 끝입니다. 프로젝트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 위해선 당사자를 직접 찾아가야 합니다. 공유가 전혀 안 되는 상황입니다. 사례를 공유할 플랫폼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 같은 플랫폼이 있었다면 시민들이 지역문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저희 센터에서 그 문제랑 관련 있는 전문가들을 불러서 해결 가능한지 설명을 요청할 것입니다. 듣고 난 후 해결가능 여부와 비용을 책정한 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겁니다. 주로 암스테르담에서는 환경에너지 문제, 주거,교통,교육문제 사회적 약자 이런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유럽형 네트워크 리빙랩이라는 게 만들어져서 전 유럽에서 이걸 공유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스마트시티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제 생각엔 스마트시티는 자원순환 형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적 합의나 공동체의 자발성보다는 기술혁신 위주의 접근이 많습니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들면 옛날에는 기차를 타고 대도시에 있는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하는데 지금은 원격으로 로봇이 수술을 해준다는 식의 개념입니다. 탄소 절약이 되고 한다지만 너무 기술위주의 접근입니다.
리빙랩은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주민 위주의 접근입니다. 네덜란드의 한 맥주가게 사장님이 쏟아지는 비를 보며 빗물이 맥주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더니 한 과학자가 빗물로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여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팔고 있는데 이걸 통해 돈을 벌고 자원순환을 한 것입니다.
 
노테르담에는 컨셉하우스가 있습니다. 지역대학 건축학과 교수들이 집을 짓고 수리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대학생들이 살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교수들과 공유하며 바꾸어 나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직접 자신이 사용자 주도의 혁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돈이 없는 젊은 학생들의 주거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의 리빙랩은 일단 정부가 공모사업을 합니다. 공모사업의 특징은 비용이 정해져 있고 그 비용을 써야하는 기간이 정해져있습니다. 정부에서 초기에 나온 리빙랩 매뉴얼을 보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만 신청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기본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리빙랩은 실험입니다. 실험은 실패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픈플랫폼이 없습니다. 전국에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곳이 시흥 등 두 세 곳에 불과합니다. 중간조직은 활약하지만 대학은 거의 역할을 안 합니다. 교수님들이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고 저 같이 거의 본인 연구 등으로 지역사회와 단절 되어서 살고 있습니다.
 
성남시의 고령친화종합체육관입니다. 1층은 노인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고 2층은 노인들을 위한 의료기기 벤처회사입니다. 만일 노인들을 위한 변기를 제작한다고 하면 제작과정에서 1층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에게 한 번씩 앉아보고 의견을 물을 수도 있고 직접 노인 분들이 제작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성공적인 예시입니다.
저희 리빙랩센터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마스크 재활용입니다. 정부주도의 리빙랩 공모사업에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은 사용된 마스크를 수거해서 적절히 분리하고 작게 쪼개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균이 묻어있을지도 모르는 마스크를 어떻게 안전하게 수거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부터 시작하여 현재 수거함 시제품을 만들어 특허신청을 해놓았습니다.
현재는 모든 대학과 전문기관들이 협력해서 리빙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100% 주민의 자발성만으로는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활동가들을 모아야합니다. 그분들을 잘 교육시켜 여러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학생들을 교육시켜 현장에 나가 직접 주민들을 만나 문제점을 파악하고 문제해결을 주도해보는 방식으로 활동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여러 생활협동조합을 현장으로 일회용품을 줄이는 활동도 학생들이 주도하여 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에너지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구축이 완료되면 교육, 교통, 주거, 노인, 다문화 등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리빙랩의 의의는 위기가 기회가 되고 지역의 약점이 강점이 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는 재밌는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돈을 벌고 편리함을 누리면서 가치창출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위기가 있으면 반드시 기회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유럽사례를 많이 말씀드렸는데 사실 유럽도 리빙랩은 실험입니다. 암스테르담 사례의 처음은 음식물쓰레기에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이 스스로 조사를 해보면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할 땐 앞선 선진국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들을 따라잡아야겠다는 추격에 의한 동력이 우리 발전의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유럽의 사례를 참고는 하되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유럽 사람들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방식으로 할 수가 있습니다. 조건이 다르니 다르게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정부 주도로 하다 보니 아이디어를 내기가 힘듭니다. 아이디어를 공유할 플랫폼도 없습니다.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놀이터만 있어도 좀 더 잘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는 정치학자입니다. 민주주의를 공부한 사람이고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쓸 때 없고 골치 아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서로 상호작용을 해본다는 측면에서 리빙랩을 통해 정치에 대한 혐오감도 극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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