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76호] 무위당학교 지상강좌 '소농, 생태순환의 새 문명 운동' 전희식 생태영성운동가
등록자 교육담당 등록일자 202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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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기 무위당학교
소농, 생태순환의 새 문명 운동
전희식 생태영성운동가
 
 
이번 무위당학교는 지난 주제인 기후 위기의 실천 편으로 기획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의 주제인 ‘소농, 생태순환의 새 문명 운동’의 작명은 제가 했습니다. 소농 얘기를 해볼 텐데요. 여기 농사 지으시는 분 계시나요? 또 오늘 강의를 들어보고 할만하다 싶으면 농사를 짓겠다는 마음 가지고 계신 분? 농부들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요즘, 강의가 끝난 후 농부가 늘어나면 기쁠 것 같습니다.
 
Ⅰ. 소농에 대한 이해
 
버스를 타고 오면서 여러분들이 소농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습니다. 소농이라고 하면 농부도 아니고, 농업인도 아니고, 농업경영인도 아닌 것 같습니다. 흔히 소농이라고 하면 대규모 농사가 아니고 규모가 작은 농사 또는 어디 의존하지 않고 가족끼리 소소하게 농사를 짓는 가족농을 떠올리곤 합니다. 시골에서 먹을거리 농사 좀 하고, 생활 한복 입고 꽁지머리 묶고 오전에 어슬렁거리며 농사를 짓는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소농의 소가 소외된다, 외면당한다. 뭔가 동떨어진 농사를 짓는다. “소농은 애들 장난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소농에 대해 상반된 이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소농을 이야기할 때 농사 규모와 구성원의 여부가 충돌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UN에서 2014년을 가족농의 해로 지정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농사를 짓는 구성원이 어떻게 되느냐로 정한 것인데, 가족농은 가족끼리 하는 것이므로 고정적으로 월급이 나가는 농업노동자는 고용하지 않는다는 기본개념이 성립합니다.
그렇다면 가족농의 규모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제가 놀란 것이 있습니다. 2013년에 교보문고에서 설립한 대산농촌재단의 지원을 받아 호주와 뉴질랜드의 가족농, 농업협동조합 등을 견학하였습니다. 호주의 한 농장이 성공적인 가족농의 사례라고 소개되어 방문하니, 정확히 딱 네 사람이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노부부와 딸 그리고 사위였는데 농장을 견학하니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른 곳에 또 있다는 겁니다. 어디 있냐고 물으니 비행기를 타야 한답니다. 이걸 네 사람이 짓는 겁니다. 가족농업 맞습니까? 그런데 규모로 보면 애매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농민들의 평균 경작면적은 1.45 핵타르입니다. 약 4,500평정도죠. 미국 농민들은 120 핵타르입니다. 약 80배 정도 되는 차이인데 미국은 전체 농민들의 80퍼센트가 가족농입니다.
 
소농이라는 말이 익숙하신가요? 아마 여러분은 손해배상이라는 말은 익숙하실 겁니다. 소농이 그만큼 익숙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닐 겁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잘 안 쓰인다는 것이죠. 대한민국 법률에는 손해배상, 구상권 등 온갖 이름의 법률과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소농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5월 1일에 소농이라는 말이 우리 법전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법률 명칭이 아닌 조문에 등장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조문에도 없었습니다. 소농은 정부공공기관에서 공식적인 논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치유농업 연구 및 육성에 관한 법이 작년에 시행되고, 2016년에 귀농귀촌 지원 및 후원에 관한 법률안이 제정되었습니다. 마르스크가 말했습니다. “법률이라는 것은 정치투쟁에서 승리한 자들의 전리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소농이라는 단어가 법률안에 들어간 것은 소농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일정한 승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법에 소농이라는 말이 들어갔을까요? 간단히 말하면 공익직불제입니다. 정식 명칭은 좀 깁니다.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관련 법률안.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줄여서 공익직불금이라고 하는데, 이게 혁명적인 분기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부족한 점이 많아 개정을 거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도 5월 말까지 2021년 공익직불금 신청기한이 마감되는데 벌써 여러 문제가 나오고 있습니다.
 
공익직불금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소농입니다. 그동안 다른 직불금들이 꽤 많았습니다만 제가 받은 것은 다 합쳐서 5만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120만원을 받아 몇 십배가 늘어났습니다. 오랜 투쟁 끝에 얻어낸 이 법률 덕분에 소농 부분은 풍부해졌습니다. 흔히 농사라는 것은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하는데, 그걸 공익직불제를 통해 마침내 정식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것이 농업기본소득으로 가는 중요한 관문이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농에 대한 기본 이해와 제가 생각하는 소농적 삶을 말씀드리는 것이 오늘 강의의 핵심입니다. 소농에는 여러 가지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소농을 하는 구성원과 농법 그리고 지역사회와 어떻게 순환 관계를 맺을 것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먹을거리의 순환, 생활용품의 순환 등입니다. 이런 여러 생각을 아우르는 것이 바로 소농적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순환적 소농의 삶은 무엇일까요? 짐승과 논밭은 짐승이 싼 똥이 들어가서 논밭을 성장시키고 이것이 우리들의 밥상으로 이어집니다. 유기물이 무기물로 바뀌고 그 무기물을 식물이 빨아들이는 겁니다. 다른 순환도 있습니다. 소농적 삶을 생각할 때 무조건 도시를 배척하는 게 아니라 도시에 있는 공단에서 만드는 제품과 농촌에서 만드는 제품 간의 상품순환도 있을 수 있습니다.
소농적 농법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씨앗은 어떤 씨앗을 사용할까요? 일반적인 산업적 농업과 소농은 씨앗의 채취,관리,보관,판매가 전혀 다릅니다. 소농에서의 씨앗관리는 토박이 씨앗이라는 농사짓는 사람의 오랜 경험이 녹아있는 씨앗을 사용합니다. 자가채종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대개 농부들이 자가채종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논밭에서 농사를 하다보면 무성한 잡초도 있습니다. 이것도 빨리 크게 복돋아 줘야합니다. 소농적 농법이라하면 삼무(三無) 혹은 사무(四無)라 하는 몇 가지를 농사하는 과정에서 끌어들이지 않습니다. 비닐,농기계,제초제,농약 등인데, 정하기 나름이라 “내 논밭에서는 석유를 사용하지 않겠다” 등이 있습니다.
 
구성원을 살펴보겠습니다. 소농을 할 때 구성원은 어떻게 될까요? 일단 가족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요즘 시골에 가족이 없습니다. 할아버지,할머니들만 있습니다. 그럼 품앗이를 해야 됩니다. 파종 같은 걸 할 때 일당을 주고 한시적으로 일꾼을 쓰는겁니다.
소농의 규모는 직불금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면 0.5헥타르 이하(약 1,500평)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농지원부를 작성하기 위해선 천 제곱미터(약 300평) 이상에서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Ⅱ. 어느 소농의 먹고 노는 이야기
 
옛날에는 공부와 놀이, 일과 가르침이 분리가 안 됐습니다. 플라톤은 철학자인가요? 수학자인가요? 옛날에는 수학자든, 물리학자든 다 통합을 했습니다. 모든 분리는 원래 하나 됨을 향해 그리움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그게 쌓이고 쌓이면 정신 분열이 됩니다. 그래서 모든 현대적 질병은 분리로부터 온다고 생각합니다.
농민들이 천심을 잃게 된 것은 분리되었기 때문입니다. 농사는 오로지 돈 버는 업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은 사라졌습니다. 농사를 짓는 과정에 대한 학습 및 공부가 없습니다. 시골에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가 농사짓는다고 하면 농장이 어디 있는지, 지금이 심을 때인지 거둘 때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왜일까요? 안 갑니다. 가면 큰일 납니다. 다칩니다. 아이들이 농촌에서 할 것이 없습니다. 트렉터를 몰수도 없고 콤바인을 몰 수도 없습니다. 옛날에는 밖에서 소먹이라도 주는 것이 일이었습니다만 요즘은 소들이 살을 찌우기 위해 농우사료라는 배합사료만 먹고 있습니다.
두 달 전쯤 찍은 제 밭입니다. 혹시 타감작용 들어보셨나요? 남산 위에 저 소나무에는 잡초가 안 납니다. 이렇듯 식물에 성장을 억제하는 것을 타감작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밭에 가랑잎과 솔가지를 함께 넣어줍니다.
 잡초에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논밭에서 비어있는 맨땅은 치명적입니다. 맨땅이 있는 지표면은 모든 미생물이 절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햇빛을 받고 습기가 있어야 합니다. 많은 농가에서 강제로 비닐을 덮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데, 좋지는 않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여러 발명품을 만들었습니다. 낫도 만들고, 풀밀어라는 농기구도 만들어보았습니다. 
농약도 만들었는데 이건 땅을 망가뜨리지 않습니다. 뚜껑을 열면 이렇게 되어있는데(가운데) 자루에 쌀겨하고 깻묵이 들어있습니다. 자연농업분야 전문가인 조영상 선생의 가르침대로 만든 건데, 요즘 날씨에 한 달만 지나면 이렇게 됩니다.(맨 오른쪽) 여기에 추가로 들어간 게 뭐냐면 근처에 나는 고추 아래 순입니다. 관리를 위해 잘라둔 순을 넣음으로서 미생물들이 배양되서 활발히 활동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엽토를 밭에 넣습니다. 옛날에 한 단체에서 만들어 보급한 분말 미생물은 활동력이 가장 좋은 미생물만 배양된 것이었는데 좋지 않았습니다. 활동력이 좋지 않은 미생물도 섞어 다양하게 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토양에 가장 적합한 미생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 만드는데 돈 거의 들지 않습니다. 맨 오른쪽 사진의 모습은 미생물이 포화상태에 이른 겁니다. 그래서 위에 하얗게 미생물 덩어리 응고점이 생긴 겁니다. 이걸 희석해서 뿌리면 되는겁니다.
 
이건 분변토입니다. 지렁이들이 많이 살게 됩니다. 지렁이를 중심으로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저 밑에 무기질까지 내려갑니다. 이게 바로 소농적 농법에 해당하는 것이 되겠죠.
 일을 했으면 먹고 놀아야 겠죠? 저는 주로 아침을 먹는 대신 지유명차라는 차만 마십니다. 그리고 바나나, 옥수수, 두릅 등도 먹는데 제가 생각하는 마음을 비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창자를 비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늘 유산균을 먹습니다. 처음에는 우유에 요플레를 넣다가 요즘은 두유로 바꿨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엘지지 유산균을 알게 되었습니다. 3세대 미생물이라고 하는데 대개 미생물이 몸에 들어가면 오래 못나는데 반해 엘지지 유산균은 훨씬 오래 산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언젠가 대안학교 학생들이 체험을 왔었는데 체험이라는 게 잘 노는게 최고라 생각되어 해먹도 태워주고 산으로가서 좋은 체험도 하였습니다. 어떤 때는 맨발걷기 지도를 하였습니다. 호보걷기라 하여 호랑이 걸음으로 맨발로 걸으면 지기를 흡수하고 맨 위 머리의 백회혈과 맨 아래 발바닥에 있는 용천혈을 천지로 하여 연결을 시키는데 이게 단순히 지기흡수를 넘어 자극을 통해 대뇌까지 연결한다고 합니다.
활쏘기 놀이도 하고, 책도 보고 텐트도 쳐서 잠도 잡니다. 우리는 흔히 소음 없이 잠을 자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완전한 자연 속에서 비박을 즐기는 것도 건강에 이롭다고 합니다. 시골에서만 가능한 이점입니다. 
 
저는 현재 집 세 채를 지어 살고 있습니다. 바닥을 완전 수평으로 하는 기법을 활용해 황토로 집을 지었고, 필요할 땐 지붕개량을 하였습니다. 집 안에는 직접 만든 여러 시설이 있습니다. 대변과 소변을 자동으로 분리되고 대변의 위치를 골고루 쌓이게끔 만든 뒷간, 태양열을 활용한 온수기, 목초액을 받는 굴뚝, 생선을 구울 수 있는 아궁이 등 입니다. 시골에 살다 보면 삶의 지혜가 저절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독일 지하철 사진입니다. 제가 독일로 탈핵 연수를 갔을 때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런데 한쪽은 열려있고, 다른 한쪽은 닫혀있었습니다. 우리 지하철과 다르죠? 독일은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나라입니다. 안에 들어가면 문 앞에 파란색 스위치가 있습니다. 내리는 사람이 스위치를 눌러야 문이 열립니다. 아마 서울지하철이 이렇게 되어있다면 고장 신고가 들어갈 일입니다. 독일이 참 깍쟁이 같습니다. 하지만 지하철부터 이러한 절약시스템이 구축되어있기 때문에 핵 발전소를 전면 폐기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작년 9월에는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도 했습니다. 건강에도 좋고, 화석연료도 쓰지 않게 되는 등 여러 이점이 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어르신들이 어떤 농사를 하는지 둘러볼 수 있고 내려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많은 이점이 있는 자전거를 타면서 타면서 한 가지를 고안했습니다. 바로 형광조끼 뒤에 글을 쓴 겁니다.
 
시골길은 인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차들이 속도를 안 줄입니다. 자전거는 주로 차도 맨 끝 가장자리로 들어가게 되는데 뒤늦게 저를 발견하면 깜짝 놀라서 휘청거리겠죠? 그래서 뒤에 ‘삶 느리게 천천히 가볍게’라고 쓴 형광티셔츠를 입고 타니 경적을 울리는 차가 없습니다. 원래 자전거가 앞에 있으면 경적을 울리기 마련입니다. 이 글귀가 어떤 느낌을 주는 모양입니다. 어차피 빨리 가도 인생은 마찬가지다. 형광 티셔츠에 새긴 글귀를 통해 전달하는 겁니다. 그래서 돌아다닐 때도 입고 다닙니다.
오늘 이 시간에 소농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모든 이야기 하나하나가 해결 해야할 과제들인 만큼 여러분께서 잘 기억하시고 새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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