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66호] 무위당삶을 사는 사람들 - 아이들이 마을의 주인으로 서다
등록자 황진영 등록일자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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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삶을 사는 사람들
 
 
아이들이 마을의 주인으로 서다
 
 
 
글·사진. 정주리 스토리한마당 디자인실장
 
 
 
 
지난해 원주초등학교에서는 ‘마을교육프로젝트 - 아이들이 마을의 주인으로 서다’가 운영되었다. 그 중 우리 마을 인물탐구 활동으로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에 대해 공부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수업은 무위당 선생님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이론 수업을 진행, ❶무위당 말씀 캘리그라피로 표현해보기와 ❷선생님의 서화가 담긴 손수건을 채색해 보기, 두 가지 방법으로 학년별 실습 시간을 구성했다.
 
무위당길 근처에 위치한 원주초등학교는 무위당 선생님의 모교이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로 할아버지와 아버지 - 2대, 3대를 거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있어, 다수의 친구들이 다양한 경로로 무위당 선생님의 일화를 알고 있었다. 그런 친구들에게 이번 수업은 마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좋았다.
 
이번 수업을 위해 만들어진 자료는 선생님이 무위당이란 호를 쓰기까지, 지나온 그의 ‘호’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잡고 그의 간략한 일대기와 원주에 미친 좋은 영향력을 네 가지로 나눠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그 중 아이들의 흥미를 이끈 대목은 무위당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교차점이 나타나는 부분이었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무위당길’과 그의 자택이 있다는 점, 원주초등학교의 부지가 장일순의 할아버지께서 기부하신 땅이라는 점과 학교의 옛 사진을 보며 선생님도 이곳을 다닌 어린 학생이었다는 것, 그리고 친구들이 살고 있는 원주에 좋은 영향력을 많이 줬다는 점 등이었다.
 
그런 교차점들로 흥미가 높아진 친구들은 선생님이 거주하시던 집은 아직 있는 것인지, 선생님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곳은 어딘지, 한살림은 어디에 위치하고 어떤 것들을 판매하는지 다각도로 궁금한 점들을 쏟아냈다. 대성학교의 교훈이었던 ‘참되자’를 함께 외쳐보며 교육자의 길을 걸으셨던 일화에서는 “지금 있는 대성고등학교 말씀이신가요? 저희 형이 다니고 있어요!”, “저희 아빠도 대성고등학교를 나오셨어요”(마침표삭제) 하며 앞 다퉈 자신들의 이야기를 말했다.
 
원주에 거주하고 있으면서도 무위당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고, 아이들이 얼마나 큰 관심을 보여줄지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질문을 쏟아내고 40분의 수업이 찰나와 같다고 느끼며 나의 걱정은 무색해졌다.
 
실습 수업에서는 무위당 선생님의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라는 문구로 캘리그라피 수업을 하였다. 선생님께서 표현한 서예의 방식이 마음을 담아 표현하는 오늘날의 캘리그라피와 같은 필법을 구사하셨기에, 친구들에게 선생님의 글귀를 재구성해 캘리그라피로 표현하게끔 하는 이 실습 수업은 꽤 의미 있는 교육이었다.
 
좁쌀 한 알, 나락 한 알, 아주 작은 것이라도 우주가 담겨 있는 것이고 서로서로 돕기 때문이라는 것을 ‘조 한 알 할아버지’라는 동화책을 인용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글귀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선생님이 앞서 선보인 마음을 담은 글씨는, 최근에 캘리그라피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지면서 다방면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타이틀, 책이나 포스터 디자인 작업에 사용되기도 하며, 다양한 아트 상품들도 출시됐다. 그 영향인지 원주초등학교 친구들도 캘리그라피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고, 어렵지 않게 표현해 내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글귀를 글자의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그려냈다.
 
문구를 동그란 우주로 보이게끔 표현해낸 친구들, 글자에 들어있는 동그라미들 마다 달과 별과 하늘과 구름을 그려 선생님이 표현하고자 한 것을 그대로 담아낸 친구, 어린친구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엿볼 수 있었다. 선생님은 가장 훌륭한 글씨가 어린아이의 글씨라 말씀하셨다. 서툴지만 정성을 다해 쓴 글씨야말로 가장 훌륭한 것이라 말씀하신 대목에서도 알 수 있다. 친구들의 글씨를 보면서 선생님을 다시 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밥이 하늘이다’라는 문구로 진행된 손수건 채색수업도 역시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라는 글귀와 일맥상통한다. 손수건에 미리 인쇄해 간 글귀와 밥그릇 그림에 다양한 색채의 패브릭 마커를 사용해 표현해 보는 수업이었다. 밥그릇 안에 담긴 산등성이와 해, 구름, 별과, 달을 각자의 해석대로 채색하였다. 하늘을 붉은 노을이 지는 풍경으로 표현한 친구들, 밥그릇을 바다로 만든 포용력 깊은 친구들, 각자 예쁘게 만들어낸 수건을 내보였다. “전 이거 매일 가지고 다닐 거예요~!” 하며 다들 뿌듯해 하며 자랑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업에서는 항상 그들의 에너지와 창의력, 그리고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이번 수업은 원주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고, 원주가 낳은 훌륭한 분이 친구들 가까이에 있으며 그의 영향력이 현재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피력하고 싶었던 수업이었다. 그에 맞게 호응해 주고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을 기억하고 좋은 말씀과 작품들이 회자되고 있다. 원주 지역에 더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다양한 커리큘럼이 생겨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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