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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4호] [생명의 글]
등록자 황진영 등록일자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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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가지각색, 우리 감자
 
 
글. 한영미 횡성여성농업인센터장
 
 
빨강감자,노랑감자,자주감자,분홍감자,청춘감자,고무신감자, 돼지감자.... 색깔별로 모양별로 이름도 다양한 토종감자들이다. 감자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일대라고 한다. 사진으로 본 안데스의 감자들은 모양과 색이 우리가 심고 있는 감자랑은 많이 다르다. 바다 건너 멀리서 온 감자는 선조들에 의해 구황식물로 자리 잡고 우리나라 기후풍토에 맞게 적응이 되어 변했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감자농사를 어떻게 지어오셨을까?
 
 
땅이 녹기 시작하면 감자를 심어 하지 무렵에 감자를 캔다, 빛이 안 드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다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땅을 파고 감자를 묻는다, 묻어둔 감자를 겨우내 꺼내먹다가 남은 것을 씨감자로 사용한다. 봄에 땅에 심고 겨울에 땅에 다시 묻는 과정을 반복해서 농사짓는 부모님의 모습을 봐 왔다. 나도 그렇게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사짓던 첫 해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심어온 작물은 벼와 감자뿐이다. 일 년에 먹는 양이라야 20키로 한 박스 정도면 될 것인데도 감자를 심는다.  “한 박스 사서 먹지 굳이 왜 심냐?” 하고 주위 분들에게 한마디 듣기도 하지만 봄이 되면 습관적으로 감자를 심는다.
 
90년대 초반 우리 마을에도 노랑감자, 자주감자가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내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몇 해 지나지 않아 주위 대부분의 농민들이 정부에서 감자 씨를 사서 심기 시작했다, 수확량이 많고 분도 많이 나고 맛도 좋은 감자를 심기 시작한 것이다. 보급종이 들어오면서, 토종감자는 점점 사라지고 알이 굵고 팍신한 맛이 나는 보급종인 수미감자만 심게 되었다.

토종씨앗 지키기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나도 그냥 그냥 수미감자를 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토종씨앗 지키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전국으로 토종씨앗을 수집하러 다녔다. 제주도, 울릉도, 강화도 등지에서 노랑감자, 분홍감자, 자주감자 등을 심고 있는 농가들이 있었다. 수집한 감자를 몇 알 가져와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보여드리니 대번에 알아보시고 예전에 본인들도 심었던 품종이라고 하셨다. 횡성지역에서 있었던 분홍감자, 자주감자를 여성농민회 회원 분들에게 심을 것을 권유하고 토종씨앗채종포에도 심었다. 그런데 어느 해는 비가 많이 와서 녹기도 하고, 어느 해는 가뭄에 말라 죽기도 하고 생각처럼 증식이 쉽지 않았다, 서너 해 동안 다시  씨앗을 얻어다가 심어보기도 했지만 증식은 실패했다. 한두 알 얻어 증식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 옛날 문익점 선생님이 붓 뚜껑 안에 목화씨를 숨겨 와서 증식한 일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농사를 못 지어서 그런가? 감자 농사뿐 만아니라 다른 씨앗들도 얻어다가 증식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을 할 즈음에 횡성군의 지원으로 횡성전지역 토종보유현황조사를 실시했다. 2014년 횡성군에서 84작물 403종을 수집했다.
 
공근면에서 자주감자 농사를 짓는 배영희 할머니를 만났다. 사라져가는 토종이지만 씨앗을 지키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사연이 있다, 배영희 할머니는 “자주감자가 눈이 많고 아린 맛이 강하지만 감자가루를 내면 가루가 순백으로 곱고 양도 많이 나와서 매년 감자가루를 내기위해” 계속 심어왔단다. 증식에 실패해서 안타까웠던 자주감자를 횡성지역에서 찾으니 보물을 찾은 듯 기뻤었다. 할머니에게 자주감자를 사서 여기저기 나눠주기도 하고 채종포에도 심으며 씨를 지우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농가생산면적이 늘지는 않는다. 자주감자 재배를 기피하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아린 맛이다, 감자는 햇볕을 보면 푸르스름하게 색이 변하고 아린 맛이 나서, 보통 파랗게 변한부분을 도려내고 먹는다. 자주감자가 바로 그 아린 맛을 가지고 있어 안 심게 된다고 한다, 연로해지신 배영희 할머니도 감자가루가 좋긴 한데 감자를 삭히고 거르는 고된 일을 더 할 수가 없어서 지난해부터 자주감자를 심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슬로푸드위원회에서 횡성의 자주감자와 감자범벅을 ‘맛의 방주’에 올렸다. 전 세계가 나서서 지켜야하는 토종씨앗과 전통음식으로 거듭난 감자와 감자범벅을 우리는 어떻게 지키고 보전할 것인가? 큰 숙제를 안게 되었다. 맛의 방주에 오른 자주감자와 감자범벅을 세상에 알리는 일의 시작은 토종자주감자를 심는 일이고 이를 요리해서 먹는 일이다.
 
 
갓 캔 자주감자를 씻어 찌면 도라지 찐 맛 같은 알싸한 맛이 난다. 이 맛을 아리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고 몸에 좋은 사포닌을 먹는 기분이 든다는 분도 계시다.  감자의 제 맛을 알게 되고 일부러 찾아 먹을 수 있으려면 음식으로 개발이 되어야한다, 소비가 늘어야 농민들도 소비자를 믿고 자주감자를 심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입맛엔 익숙하지 않지만 할머니에 할머니가 만들어 드셨던 감자음식을 찾아 요리를 해보자.
 
할머니들께 감자로 해먹는 음식이 뭐가 있냐고? 했을 때 대번에 나오는 말이 감자나물과 감자범벅, 감자떡, 감자전이다. 

 

< 감자가루내기 (김복희 할머니)>
 
 
골골한 냄새가 나는 발효감자가루는 선호도가 분명한 식재료다. 냄새가 싫어 생감자전분을 사용하는 분들도 있지만 가루를 만들 때나 반죽을 할 때 나던 골골한 냄새가 음식을 만들면 사라진다. 골골한 맛이 나야  제 맛이 나는 감자가루를 만들어보자.
 
- 감자가루용 감자는 호미에 찍힌 감자나 알이 작아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자를 주로 이용한다
- 감자를 깨끗히 씻은 후에 큰 용기에 담아 물을 부어 발효를 시킨다.
- 발효되는 과정에 아주 안 좋은 냄새가 난다.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비닐로 덮고 뚜껑을 닫아 혐기발효를 시킨다.
- 감자껍질과 속이 분리가 될 정도로 발효가 끝나면 겉껍질을 건져내고 물을 갈아주면서 흙물을 가셔내고 혹시나 들어있는 돌도 일어서 골라낸다,
- 하얗게 가라앉은 감자앙금을  걷어내어 햇볕에 말려 가루를 만든다,
- 이렇게 만든 감자가루는 십년이 지나도 벌레도 안 생기고 전분이 필요한 요리에 사용하고, 감자떡, 감자수제비, 감자전을  만들 때 이용한다.
 
 
<감자떡 (박은자 할머니)>
 
 
모내기할 때나 여럿이 모여 있는데 출출하다 할 때 만들어 먹는 간식이 감자떡이다. 집에서 내린 감자가루로 만든 떡은 굳으면 꾸떡하고 다시 쪄도 맛이 없다, 감자떡은 여럿이 어울려 그 자리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부르는 음식 중에 하나다, 모내기나 힘든 일을 할 때 여러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만들어 먹은 음식이다.
 
- 소금과 설탕을 넣고 끓인 물을 감자가루에 넣고 반죽을 한다,
- 반죽할 때 처음부터 물을 많이 부으면 안 되고, 가루를 저어가면서 엉기는 것을 보고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야 한다.
- 뜨거우니 조심하고 주걱으로 저어가면서 온도를 내린 후에 엉기기 시작하면 손으로 반죽을 한다.
- 손에 반죽이 달라붙지 않을 정도로 반죽을 하면 된다.
- 감자떡 소는 강낭콩이나 팥으로 만드는데, 강낭콩과 팥을 타개서 겉껍질을 벗겨낸 후 삶아 으깬 후에 고실고실하게 만든다.
- 감자반죽을 조금씩 떼어  송편 빚듯이 떡을 빚으면 된다,
- 빚은 떡을 시루에 쪄서 따뜻할 때 먹는다,
 
 
<감자범벅(강종섭 할머니)>
 
 
하지 지나 장마전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때  집집마다 감자범벅을 해서 먹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은 찹쌀로 감자범벅을 만들기도 했지만, 밀가루반죽을 하거나 감자가루반죽을 해서 먹어도 맛이 좋았다. 배가 아프면 사카린을 물에 타 먹었던 시절이니 당원이나 설탕이 들어간 감자범벅이 맛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자주감자는 껍질을 벗겨내고 눈도 도려내야 한다.
- 물을 넉넉히 붓고 감자를 삶는다.
- 이때 제철인 강낭콩을 같이 넣고 삶는다.
- 삶을 때 설탕과 소금을 조금 넣는다. (지금은 설탕을 넣지만 설탕이 귀하던 시절엔 사카린을 넣기도 했단다)
- 감자가 얼추 익기 시작하면 감자 삶은 뜨거운 물을 일부 덜어내서 감자가루를 익반죽한다, (감자가루는 꼭 익반죽을 해야 한다 안하면 음식이 익지 않고 설어버린다).
- 익반죽한 감자가루를 수제비 뜨듯이 감자 위에 떼서 얹는다. (감자가루 수제비 대신에 밀가루 수제비, 찹쌀 등을 넣기도 한다)
- 뚜껑을 덮고 감자랑 감자수제비가 푹 익도록 찐다.
- 물이 자작하게 졸아들면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
- 수분이 다 나가면 그때 감자랑 감자수제비, 강남콩을 치대듯이 으깨서  먹는다 .
- 김치에 곁들여 먹는다.
 
 
<감자나물( 김은숙 언니)>
 

감자가 살짝 으깨질 정도지만 썰어놓은 감자원형이 살아있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자주감자는 단단해서  잘 풀어지지 않고  식은 다음에 먹어도 식감이 푸석거리지 않고 좋다,  풀어지지 않는 정도로 익혀서 맛을 내는 것이 기술이다. 밥 반찬으로 좋다
-자주감자는 눈이 많아 손질하기 어렵다. 껍질을 벗기도 씨 눈도 파낸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썰어 논 감자에 집간장, 고춧가루, 들기름, 물을 자작하게 붓고 끓인다.
- 한번 끓고 나면  파, 마늘, 깻소금 넣고 불을 줄여  졸이듯이  뜸을 들인다.
- 완성된 감자나물에 참기름을 살짝 둘러 버무려먹는다,
자주감자로 해 먹던 요리! 몇 가지라도 할머니들을 따라 요리를 해보고 싶다. 음식을 해보려고 김은숙씨에게 감자가루를 얻었다. 김은숙씨는 엄마가 해주는 감자범벅에서 쫄깃한 감자수제비만 골라 먹었던 기억과 자주감자 씨눈을 도려낼 때 힘들었던 기억을 함께 가지고 있는 분이다. 자주감자를 다시 심으면서 자녀들에게도 감자범벅을 해주기 위해 감자가루를 직접 내기도 했단다. 몇 년간 감자범벅을 하다 보니 가족들도 이 맘 때만 되면 감자범벅을 하는 줄 안단다. 횡성의 자주감자요리! 은숙 씨의 삶에 스며들 듯이 자주감자를 심고 요리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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