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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선생님 작품을 기증하면서- 곽병은

 

현재 원주역사박물관에서 청안 곽병은 기증 무위당 작품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에 도록에 실린 작품을 기증하신 곽병은 원장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여러분들이 무위당 선생님의 작품을 다시 만나 뵐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곽원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무위당 선생님 작품을 기증하면서

 

20여 년 전 원주에서 군 생활을 마치고 중앙동에 의원 개업을 하면서 주변에서 무위당 선생님에 관한 말씀을 들었다. 선생님의 소탈한 성격이나 서민들과 함께 하고 사회 정의를 지향하는 여러 삶의 모습들이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과 많이 유사하다는 것을 느끼고 선생님을 자주 찾아뵙고 약주도 나누면서 가까이 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역의 선생님으로 모시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옳은 삶인지, 어떤 것이 정의로운 사회인지 등에 관해 여쭙고 배우고도 싶었다. 지인의 소개를 기다리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선생님을 직접 뵈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선생님의 성격과 사상이 이어져 내려오는 후배 제자들과 지금도 자주 함께 하고 선생님의 옛 이야기들을 들으며 뵙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지 모르겠다.

10여 년 전 어느 날 병원에서 선생님의 책을 읽어보다가 생가 얘기가 나와 직접 보고 싶은 충동이 들어 찾아가본 적이 있었다. 책에 나와 있는 대로 봉산동 파출소 옆 골목을 따라가 선생님 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들어가 보지 못하고 대문 위로나 나무숲 사이로 마당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마당에 나무가 많고 정감이 있는 평범한 한옥 집이었고, 그 동안 얘기 듣고 책 보고 알아온 선생님과 어울리는 집이었다. 마당이 새로 도로가 나면서 조금 잘려나가고 정자도 없어져 책을 보고 그려보았던 정원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벌써 선생님의 생가가 바뀌어가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변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기도 했었다.

나는 대학 시절부터 역사의식을 갖은 사람이 되고 싶어 의도적으로 지금까지 조금씩 꾸준히 역사서적을 읽어왔다. 지금도 역사 지식은 미천하고 보고 있는 책들도 여전히 입문서에 지나지 않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나의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자연히 내게는 모든 생각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습관이 있게 되었는데, 원주에서 살면서 지금 시대에 지역에서 가장 역사적인 인물은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장일순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되었고, 그러면 내가 그 분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선생님에 관한 자료를 모으는 일이라 생각되어 작품을 수집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선생님의 작품을 모으게 된 것은 선생님이 원주 및 한국 현대사의 주요인물로 판단되어 인물의 사료 수집하는 것이 동시대 사람으로서의 역사적 책무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선생님의 작품이 상품화 되어 거래가 되면 점점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가격도 올라 기념관이 건립되어 정작 선생님의 작품이 필요할 때는 지역에서 구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어 선생님의 작품을 모아서 이다음 기념관에 기증하여야겠다는 생각으로 1년에 한두 점씩 수집해 왔는데, 벌써 15년의 세월이 흘러 오늘 기증전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동안 골동품상이나 표구점, 그리고 지인들을 통해서 수집하였는데 일요일에도 연락이 오면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달려 나갔고 계속 거래를 하려는 마음에 또 선생님 작품이기에 가격을 깎을 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금전적인 지출도 많았지만 작품을 모으면서 작품도 감상하고 선생님과 심적으로 교류하는 행복했던 시간들인 것 같다. 또한 수집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 기념관 건립이 되지 않았는데 일찍 기증하는 것은 생가 보존이나 기념관사업에 도움이 되고자하는 마음에서 앞당기게 되었다.

처음부터 선생님의 사료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모았기 때문에 작품의 예술적인 가치와 진위는 따지지 않았다. 작품의 진위 여부는 기념관 관계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번 작품에는 선생님의 습작품도 많이 있고 받는 이의 이름이 적힌 작품들도 포함되어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예술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선생님의 예술세계를 공부하는데 더 없이 좋은 자료가 되고 역사적 사료로도 훌륭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것은 선생님의 작품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또한 선생님을 존경하는데 있어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 것까지도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한 번도 선생님을 뵌 적이 없는 내게는 솔직히 낙관이 찍히지 않은 습작품이나 작품을 받는 이에게 맞는 좋은 글귀와 이름이 적힌 작품들이 더 친근감이 가고 선생님의 체취를 맡을 수 있어 좋았다.

이번에 작품을 옮기면서 집 안방에 걸어두었던 작품까지 모두 가지고 나갈 때는 잘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것 같이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도 없지 않았고, 병원에서 진찰실에 걸었던 작품을 떼어 내갈 때는 아끼던 것을 도둑맞은 것 같이 쓸쓸하였고 집사람은 이제 그 빈자리에 내 작품을 걸어야겠다는 농담도 했다. 어떤 분은 왜 한 두 작품은 남겨두지 않느냐는 말씀을 묻기도 하는데, 보고 싶을 땐 기념관에 가서 보면 되고 여러 사람들이 오래 오래 함께 감상하는 것이 더 뜻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많지 않은 작품을 기증하면서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 단지 이번 작품기증과 함께 전시회 및 세미나가 선생님의 정신과 예술세계를 지역에 알리고 계승하고 또 무위당 연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번 작품 기증을 허락하여 주고 전시회 및 세미나까지 열어준 무위당기념관과 원주역사박물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더불어 전시회와 세미나 준비에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김익록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께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2010년 4월 2일 곽 병 은

 

 

 

작성자팡이     등록일2010.04.07     조회수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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