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64호] [무위당 24주기 기일 스케치] 무위당 선생님 24주기 추모행사에 다녀와서
등록자 황진영 등록일자 201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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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철학 인문학 대안학교 지혜학교 6학년
          솔성 아카데미 예비반 권민서, 김세아
 
                        
 
 
 
권민서 / 무위당 장일순이라는 이름은 저에게 있어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것이었어요. 이름이야 자주 들었지만 사람에 대해서 크게 아는 것은 없었으니까요. 저는 장일순 선생님을 ‘어른’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알고 있었는데, 어른은 모호한 단어라서 그 안에 그분이 다 담겨지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장일순 선생님과 그 정신을 기억하는 이번 추모행사에서, 저는 그분을 처음 만나게 된 거죠. 그런데 그대는 나와 달리 장일순 선생님을 알고 계셨다면서요? 우리 또래 학생들에게서 보기 드문 경우군요.
 
김세아 / 저는 동학에 대해서 관심을 갖다가 장일순 선생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동학에 대하여 듣게 되었을 때 우리 안에는 한울님이 존재한다는 동학의 이야기가 제 호기심을 건드려 좀 더 알아보게 되었는데요. 우리 안의 한울님과 만나며 그 개인만이 아니라 세상 위에도 한울님을 실현시키자는 방향성이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그래서 그에 대한 책을 흩어 보던 중 장일순 선생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일순 선생님은 자신의 마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길을 살아가신 분 같았어요. 그러나 그분의 삶을 제대로 공부해보진 못하던 상황에 지혜학교 생태선생님께서 장일순 선생님 추모제를 함께 가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추모제 속에서 무언가 배우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대는 어땠나요?
 
권민서 / 추모제에 참석하게 된 이유는 우리 둘 다 같았네요. 아는 것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가서 배우면 되는 거라고, 최대한 배우려는 마음가짐으로 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날은 처음으로 제가 장일순이라는 이름을 단어가 아닌 사람으로 읽게 된 날이 되었답니다. 집 곳곳에 자리한 글귀와 그림들이 그분의 작품이었다는 것도, 한살림에 그의 정신이 계승되어 있다는 것도, 드러내는 일이 없이 드러났으며 스스로를 좁쌀 한 알이라고 불렀다는 것도, 모두 흥미로운 것들이었어요. 그렇지만 저의 가장 큰 수확은 제가 그 자리에 함께함으로써 장일순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상을 이루는 것들, 동학, 노자, 한살림운동 같은 것들에 큰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는 거였어요. 그분의 삶과 사상이 소멸하지 않고 기억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우리처럼 젊은 친구들이 그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우려고 한다는 게 퍽 기쁜 일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인지 우리가 무대에 난입했을 때도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으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하게도 말입니다. 비록 백업 댄서였다지만 좋은 기운을 잔뜩 받은 느낌이었어요. 직접 노래까지 한 그대에게는 그 시간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겠네요.
 
김세아 / 늦었지만 소속을 밝히자면 저는 김철수열사 추모사업회 밴드에서 보컬로 민중음악을 부르고 있습니다. 행사 중간, 쉬는 시간에 밴드에서 배운 노래들을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부르다가 무대에 서보는 건 어떤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기타 연습이 제대로 안 되어있었기 때문에 평소 같으면 무대 서는 걸 피했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유독 그날 용기가 생겨 덜컥 무대신청을 하였습니다. 특히 같이 간 그대가 공연 전에 제게 너의 진정한 모습은 한울이고 신이라고 말해주고 정은이와 함께 무대에 있어줘서 용기가 더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우창수 선생님, 김은희 선생님께서 공연 전에 도와주시고 연결이 가능한 기타를 빌려주셔서 무사히 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실력인데 마음을 열고 들어주셔서 모두에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장일순 선생님의 추모제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선물 같은 것이었어요. 덕분에 오랫동안 기억날 추억이 생겼습니다.
 
권민서 / 특별한 선물이라는 말, 정말 공감해요. 생각도 못했던 장소에서 생각도 못했던 무대라니, 마지막에 다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던 것도 압권이었는데 말이에요. 추모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 올까 말까 고민했던 것이 아까울 만큼, 여기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하루였어요.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을 알게 된 후, 저는 그분의 삶을 본받고 그분을 기억하겠다고 새롭게 다짐했는데요, 기억한다는 건 단순하게 장일순이라는 이름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 그 흐름이 끊이지 않고 흐르게 하려면 저 스스로 새롭게 물결을 일으켜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가 만들고자 했던 세상, 예를 들면 모든 존재가 존중받고 해방되는 세상을 제 삶 속에서 직접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진정으로 장일순 선생님을 기억하는 일이 되겠죠. 이번 추모제에 참여하신 분들도 각자의 삶에서 그 정신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 같았어요. 그래서 마치 아군을 만난 것처럼 든든한 기분이었답니다.
 
김세아 / 저도 그대가 이야기한 장일순 선생님을 몸으로 기억하며 살아가는 길, 마음과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어가는 길이 진정으로 옳은 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고 걸어갈 용기가 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요. 그러나 책에서, 자연에서, 사람들 속에서, 삶속에서 길을 비춰줄 스승들은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느껴져요. 우리가 마음을 열고 배움의 길로 들어서기를요. 이번 추모제도 그걸 느끼게 해주었어요. 좋은 노래와 이야기, 그리고 참여하신 모든 분들의 마음이 제 안의 어떤 부분을 더 풍부하게 해준 것 같아요.
 
권민서 / 우리가 현재 솔성수도원에 가서 배우는 것도 그런 삶을 살기 위한 것이겠죠. 추모제에 참여하고 이렇게 후기를 작성하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도움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쁘고, 앞으로도 저희가 이 엄청난 포부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글까지 썼으니 이 말이 그저 공허한 말로 남지 않도록 지키는 일만 남았군요. 아무런 망설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온 것을 보면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여러모로 저에게 새로운 자극과 에너지를 주었던 무위당 장일순 24주기 추모제에서 만난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세아 /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왔던 저에게 나와 너는 다르지 않고 모두 한울이라는 것을 알려준 스승들에게, 모든 한울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장일순 선생님의 삶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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