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73호] 쉬어가는 페이지_석자빙하 이야기
등록자 관리자 등록일자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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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페이지 
 
 
석자방하 (石者放下) 이야기
 
서예문인화가 湖山 蔡熙昇
 
 
 
무위당은 석자방하(石者放下)라고 큰 글씨를 쓰고 작은글씨로 협서에 고운(古云) 경불치인인자치(境不痴人人自痴)라고 써 놓았다. '石者放下'는 '무거운 돌은 내려 놓아라'라는 말이고
'境不痴人人自痴'는 '경계가 사람을 어리석게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스스로 어리석다'는 말인데 이글은 조선시대 상월대사(霜月大師)의 서회(書懷)중의 둘째대목에 나오는 글이다.
 
書 懷
 
道無私我我常私(도무사아아상사): 道가 나를 사사롭게 하지는 않으나 나는 늘 사사롭고
 
境不痴人人自痴(경불치인인자치): 주변경계가 사람을 어리석게 하진 않으나 사람들은 스스로 어리석었지
 
冥合八風俱靜處(명합팔풍구정처): 팔풍(八風)과 함께 고요함이 그윽이 합쳐지면
 
可爲三界獨尊師(가위삼계독존사): 가히 삼계(욕계,색계,무색계)에 홀로 높은 선사가 될 수 있을 것이로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하루에 3천 번 이상 바뀌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라고 한다. 곧 팔풍에 휘둘리며 생활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팔풍과 함께 하면서도 고요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1980년대 초 무위당은 어느 날 내게 뜬금없이 묻는다.
 
"얘, 니가 니 마음 잡을 수 있니? "
 
그러고는 빙그레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 때리고만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 어떤 생각도 없었다.
 
그냥 멍 때리는 그 상태로......
 
石者放下였다.
 
무거운 것들이 저절로 다 내려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무언가 멋진 답변이라도 해야겠다는 한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
 
나의 머리는 복잡해지고 말았다.
 
스스로가 어리석어지는 순간이었다.
 
문명이 극도로 발달해가고 있는 요즘
 
우리들은 너나없이 무척 바삐 산다.
 
남에게 뒤쳐지지나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하며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가족이나 이웃 간의 둘레둘레 앉아 대화하는 자리가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이럴 때 어느 절에서 대회를 열었는데 그 제목이 재미있다
 
"멍 때리기 대회"
 
무위당은 이것을 상월대사의 시구중의 하나를 써 놓고는
 
4자로 石者放下(무거운 돌은 내려 놓아라)라고 표현하였다.
 
늘 똑똑함 보다는 가끔은 멍 때리는 어리석음도 필요한 것 같다.
 
노자도 대교약졸(大巧若拙 : 크게 정교로운 것은 오히려 못난 것 같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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