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75호] 쉬어가는 페이지 "事人如天"이야기
등록자 교육담당 등록일자 20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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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事人如天" 이야기

 

서예문인화가 湖山 蔡熙昇

 

 

1980년대 초 나는 원주합기도 흑추관에서 한참을 수련에 정진하던 중이었다. 그때 군대도 가기 전인 20살의 펄펄나는 청년이었는데 난데없이 무위당은 나와 씨름을 한판 하자고 하였다. 슬쩍 힘만 주고 버티고 있었는데 무위당은 얼마나 힘을 쓰던지 나를 벽쪽으로 냅다 밀어 붙였다. 안되겠다싶어 힘을 가다듬어 도장의 한복판으로 밀고 나가서는 한동안 버티기만을 계속하고 있었다. 얼마나 흘렀을지 나도 무척 지쳤을 즈음 무위당은,

 

"이제 그만하자. 오늘은 내가 졌다. 그런데 내년 이맘때쯤은 내가 너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가만히 보니 네가 나를 봐주는구나."

 

"아니예요. 선생님 저도 지금 이렇게 숨을 몰아쉬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자 무위당은,

 

"아니여, 오늘 가만히 보니 네가 나를 봐주고 있어. 그런데 말이지 너는 앞으로, 남은 봐주더라도 네가 너를 봐줘서는 안 된다."

 

"......"

 

그때 도장 정면에는 무위당의 붓글씨로 극기도생(剋己道生: 자기를 이기면 가 생긴다)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나는 그날 수련이 끝난 후,

 

"선생님, 수행이란 어떤 것입니까?"

 

그러자 무위당은,

 

"네가 남을 이기려고 하면 싸움이 되고, 네가 너를 이기려고 하면 수행이 되지. 다른 사람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섬기려고 해봐라.지금은 네가 이 말뜻을 잘 모를 게야. 이 다음에, 절로 알게 될 날이 올 게다."

바로 동학의 2세 교조 해월(海月) 최시형 선생의 사인여천(事人如天)의 말씀이었다. 해월 선생의 시천주(侍天主)사상에 의하면,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사람을 대할 때는 언제 어디서나 반드시 하늘처럼 섬겨야 한다. 도인의 집에 사람이 오거든 사람이 왔다고 하지 말고 하느님이 강림하였다고 말하라."

고 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아이를 때리지 마라(勿打兒). 아이를 때리는 것은 곧 하늘을 때리는 것이니라." 라고 하였다. 요즘 아동학대로 어린 아이가 세상을 떠나는 일들이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고 있다. 그럴수록 동학의 정신이 더욱 더 절실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음에 선생님의, "남을 섬기라" 는 이 말씀이 더욱 더 간절하게 생각나곤 한다.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 직동에 가면 해월선생의 사적비가 있다. 비문에,

"여기 직동(稷洞)은 천도교 제2세 교조 신사(海月 崔時亨)께서 포덕 12(1871)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관의 박해를 피해 머무르시던 곳이다. 신사께서는 이곳 산중으로 들어와 동굴에서 13일간을 지내시다가 도인 밀양 박씨 용걸(朴龍傑)의 집에 기거 하시면서 교단의 정비를 꾀하는 한편 49일 기도를 봉행하시고 ['人是天'이니 '事人如天'하라]는 대인접물(待人接物)등의 법설을 펴신 곳이다. 또한 천도교 제1세 교조 대신사(水雲 崔濟愚)의 부인 박씨(朴氏) 사모님과 그 가족들이 포덕 13년 봄 잠시 머물러 계시기도 한 곳이다. 이에 후학들은 뜻을 모아 이 비를 세워 훗날에 알리고자 한다."

 

무위당은 일생을 해월 선생을 정신적 스승으로 모시고 흠모하며, 붓글씨를 쓸 적에 바다()와 달()에 관한 글을 많이 남겼다. 무위당 서화자료집에도 채록되지 않아 지금은 누가 소장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무위당이 해월 선생을 생각하며 쓴 작품이 한 점 있었다. 해심야월(海心夜月) : 마음은 바다같이 모두를 포용하며, 한밤중의 달빛같이 모두에게 환한 빛을 밝힘이라. 그것의 시작과 끝이 바로 극기(克己)에 있었던 것이었고 그것은 곧 모심의 실천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 의견 목록 (총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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